선유봉이라는 작은 언덕이 있어 신선들이 유람하며 즐겼다는 한강 위의 작은 섬 선유도.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하다 폐쇄한 이후 2002년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 재생 생태 공원이 되었다. 서울의 산업 유산이 재탄생한 것. 선유도공원 전망대는 한강 가운데 자리해 시야가 탁 트여서 강북의 주요 랜드마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보니 새해 일출 명소, 가장 멋진 서울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혀 출사를 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그뿐만 아니라 웨딩 촬영, 코스프레 등으로 사람들이 추억을 많이 남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진 정연화
건축과 조경의 근사한 합작품
선유도공원은 30분이면 공원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고,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 조경 작품 중 유일하게 미국조경가협회 디자인상과 세계조경협회 아태지역 최고 조경작품상을 수상했다. 기존 정수장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과다한 시설을 추가하지 않은 절제된 공원 설계가 이곳의 과거와 현재를 잘 연결해주기 때문. 약품으로 물을 정화하던 수조에는 수생식물이 자라고, 지붕을 들어낸 정수지 기둥에는 담쟁이 넝쿨이 덮여 있다. 펌프실이었던 자리는 한강역사전시장으로 바뀌고 취수펌프장은 카페가 되었다. 이곳을 설계한 조성룡 건축가는 “건축물도 생명체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늙고 죽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선유도공원은 현재 각자의 영역에서 대가가 된 건축가 조성룡과 조경가 정영선의 근사한 합작품이기도 하다. 근처에는 양화한강공원이 있어 긴 산책길을 나서기에도 알맞다. 2004 서울시 건축상 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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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의 묘미!
+ 정수장 건축 구조물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
+ 조경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답사해야 하는 곳
+ 양화대교 위, 메타세쿼이아 길, 시간의 정원 등에서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곳
Info
주소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343
전화 02-2631-9368
홈페이지 www.parks.seoul.go.kr/seonyudo
레트로 공간 미학,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레트로 공간 미학,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골프장 건물의 인생역전 사연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는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였다.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인 나상진이 설계했으며, 4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에 지붕이 매달려 있는 범상치 않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박정희 정부 시절 이곳 골프장이 이전하면서 그 자리가 어린이대공원이 되었다. 이후 이 건물은 교양관, 식당, 전시관, 관리사무소 등으로 용도가 계속 바뀌다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다. 그리고 2011년, 원형을 복원해 ‘꿈마루’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전면 철거라는 기존 계획을 재생이라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돌린 건 선유도공원, 소마미술관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조성룡 건축가다. 꿈마루 지하 1층은 넓은 카페, 2층은 피크닉 정원, 3층은 북 카페와 다목적 홀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어린이대공원 방문자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정연화
뉴트로 감성이 깃든 곳
꿈마루는 이곳의 역사와 시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다. 50여 년의 시간이 남긴 흔적과 뼈대를 새것으로 덮지 않고 그대로 둔 거친 모습이 멋스럽다. 특히 직선 콘크리트 구조물의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콘크리트 기둥이 수직으로 교차하면서 강렬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마치 교각 아래를 보는 듯한 웅장함이 있다. 이런 이유로 ‘레트로 미학’이 남아 있는 건물로 회자되고 있다. 한적하고 멋진 건물 곳곳에 벤치가 알맞게 놓여 있어 편하게 쉬어 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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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의 묘미!
+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 나상진 건축가의 작품
+ 정면에서 바라보면 기둥 위에 지붕이 떠 있는 모습
+ 노출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이 주는 매력
Info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16
전화 02-450-9311
홈페이지 www.sisul.or.kr/open_content/childrenpark
석유 저장소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문화비축기지
석유저장소가 복합 문화공간으로, 문화비축기지
석유 대신 문화 담기
1973년 석유파동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정부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매봉산 자락에 석유비축기지를 만들었다. 지름 15~38m, 아파트 5층 높이의 탱크 5개에는 석유 6907만 리터, 당시 서울 시민이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지으면서 위험 시설로 분류돼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지금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 정연화
이토록 힙한 변신
축구장 22개 크기와 맞먹는 규모의 문화비축기지는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6개의 탱크와 야외무대로 구성되어 있다. 5개의 석유탱크를 활용해 공연장, 전시장, 강의실 등 다목적 공간을 만들고, 기존 탱크를 해체한 철판을 외부 재료로 재활용해 커뮤니티 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특히 석유가 가득 채워져 있던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린 두 번째, 네 번째 탱크에서는 어둠과 울림을 활용한 전시가 주로 열린다. 빛이 차단된 공간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새로운 경험을 준다. 이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2019 서울시 건축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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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t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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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이 건축의 묘미!
+ 외장재 철판을 해체하고 벽과 지붕을 유리로 만든 T1 파빌리온에서는 인생샷 보장!
+ 탱크 뒤편의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 방호용 옹벽과 강판으로 된 탱크의 거칠고 육중한 분위기
Info
주소 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전화 02-376-8410
홈페이지 www.parks.seoul.go.kr/culturetank
분단의 상징이 시민 공간으로, 평화문화진지
분단의 상징이 시민 공간으로, 평화문화진지
“평화문화진지는 남북으로는 창포원과 다락원체육공원을, 동서로는 수락산과 도봉산을 연결하는 매개체 같은 장소예요. 이 공간을 둘러볼 때는 머릿속으로 당시 모습을 그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군인들이 수없이 오갔을 통로를 걷고, 2층으로 연결되었을 계단을 오르면서 왜 이렇게 길게 만들었는지, 왜 창마다 크기가 다르고, 공간마다 높낮이가 다른지를 생각해보는 거죠.”
사진 정연화
아파트와 벙커라는 의외의 조합
도봉산과 수락산이 둘러싸고 그 옆으로 중랑천이 흐르는 땅. 평화문화진지가 자리 잡은 곳은 서울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인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본래 대전차 방호시설이 있던 자리다. 6·25 전쟁 때 전차를 앞세워 동두천, 포천, 의정부 등을 휩쓸고 단기간에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이 남하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 군은 북한의 재침에 대비해 이곳에 군사시설을 짓고, 이를 위장하기 위해 그 위에 시민 아파트를 지었다. 건물이 낡아 2004년 철거했지만 1층은 상징적 의미로 남겨두었다. 이후 10년가량 방치되었다가 2017년 문화 창작 공간으로 탈바꿈해 문을 연 것이 바로 평화문화진지다.
사진 정연화
평화와 문화가 한자리에
독일 베를린시로부터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 일부가 전시되어 있는 한편, 분단을 상징하는 전차와 장갑차가 그대로 남아 있는 평화문화진지는 이름 그대로 ‘평화’와 문화’를 모두 이야기하는 특별한 장소다. 대전차 작전 공간으로 쓰던 ㄷ자 벙커 5개는 시민동, 창작동, 문화동, 예술동, 평화동으로 바뀌어 예술가에게는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하는 공간, 주민에게는 공연이나 전시회 같은 문화 · 예술 행사를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전망대에서는 창포원, 수락산, 도봉산 등 서울 끝자락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으니 꼭 올라가보길. 외부에는 소총 저격 공간과 대전차 작전 공간으로 쓰던 군사시설의 원형을 살렸다. 2018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이 조합 칭찬해” 젊은 건축가 그룹, 코어건축
코어건축(CoRe Architects)은 유종수, 김빈을 필두로 총 9명의 젊은 건축가가 의기투합해 운영하는 건축사 사무소. 다재다능하고 개성 넘치는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탐구하며 지속 가능한 건축 집단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쓰는 건축, 같이하는 건축’에 관심이 많은 코어건축은 평화문화진지로 2016년 김수근프리뷰상,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특수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설계부터 공사까지 맡으며 많은 난관을 겪은 서울 서진학교 프로젝트로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며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다. http://co-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