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곡 고희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다. 그는 개화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서양화를 처음 배웠고, 이후 자신의 예술적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한국 미술계를 이끌었다. 우리에게는 1915년 그린 ‘부채를 든 자화상’(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이 유명하다. 1920년대 중반 이후 한국화로 전향했는데, 서양화의 색채와 기법을 기반으로 전통 수묵화법의 소재나 재료를 접목해 새로운 한국화를 시도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금강산 유람 이후 한국의 순전한 미를 보여주는 명산으로 금강산을 꼽으며 금강산도를 그리고, 더 나아가 금강산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고희동 가옥에서는 그의 그림이 한옥의 규모에 맞게 걸린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사진 정연화
한옥과 일본 가옥 사이
고희동 작가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해인 1918년 직접 설계해 지은 목조 개량 한옥이다. 처음에는 별도의 화실이 없었지만 1940년대에 증축해 만들었다. 41년간 살면서 후학을 양성한 곳으로 서양 주거 문화와 일본 주거 문화의 장점을 한옥에 적용했다. 전통 한옥의 구조를 기본으로 하지만 채와 채 사이를 연결한 복도에는 가족들이 안채와 사랑채를 오가기 편하도록 유리창을 사용한 점이 돋보인다. 손님을 맞이하고 개인적인 휴식을 취했다는 사랑방에는 옛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체험존이 마련되어 있어 물감으로 하는 색칠 및 서예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한옥 살림집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고희동 가옥은 종로구립고희동미술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국가등록문화제 제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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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과원서동사이
#작가의집
#한옥작업실
에디터의 픽! 이런 분께 추천!
+작가의 아우라를 느끼고 싶은 사람
+일제강점기 살림집이 궁금한 사람
+유년 시절 장롱 속에 숨어 있기를 좋아했던 사람
Info
주소 서울 종로구 창덕궁5길 40(원서동 16)
전화 02-2148-4165
홈페이지 www.jfac.or.kr
곁들이는 산책길
창덕궁과 인접한 원서동에는 다양한 한옥과 함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카페와 편집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조선 시대 궁인과 서민이 누구나 사이좋게
빨래를 했다는 원서동 빨래터까지 산책하며 원서동 골목의 정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①창덕궁
②종로구립고희동미술관
③원서동 빨래터
화가의 세간살이를 보는 재미, 이상범 가옥
화가의 세간살이를 보는 재미, 이상범 가옥
겸재 정선 이후 최고의 한국화가가 43년간 거주한 집
청전 이상범(1897~1972)은 한국화의 대가로 꼽힌다. 겸재 정선 이후 최고의 한국화가란 평가가 있을 정도. 30대 후반에 이미 ‘미술계의 춘원 이광수’란 평을 듣기도 했다. 이곳이 위치한 곳은 서촌. 경복궁 서쪽 지역이라 해서 ‘서촌’으로 불린다. 오래된 도시형 한옥이 많은데 1929년에 지은 이 집 역시 편의에 맞게 조금씩 손을 봤다.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누하동천(樓下洞天)’ 현판을 만날 수 있다. ‘누하동의 선경’이라는 뜻인 이 말을 통해 작가가 얼마나 이 집을 소중하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안채에 부엌이 딸려 있는 집
누하동 골목길 안쪽에 있는 이 집은 비교적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관리자가 기거하며 집을 돌본 덕분이다. 문간방에는 예전부터 돈도 배경도 없는 ‘새댁 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넓은 마당을 중심으로 ㄱ자로 자리 잡은 안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부엌이다. 밥상을 놓고 음식을 차리기도 하는 용도의 ‘찬마루’가 딸려 있는데 도시 한옥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라고 한다. 마당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웃한 터에 있는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만 바라봐도 잠시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근대 도시 한옥의 전형
ㄱ자형 안채와 ㅡ자형 행랑으로 이루어진 이상범 가옥은 전형적인 근대 도시 한옥의 구성이다. 거실과 화실에는 이상범과 그 가족이 사용한 물건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화실로 사용하기 위해 옆집을 구매해 원래 집과 화실을 오갈 수 있게 이어 붙였다고. 마치 그가 살아 있는 것처럼 마당에는 많은 화분이 있고 세간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동물, 화초 등이 그려져 있는 담벼락은 절반가령 훼손되었지만 1940년대 이상범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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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명사의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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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생활문화유산
#작가의작업실
#한옥작업실
#이상범
에디터의 픽! 이런 분께 추천!
+마당 있는 집을 좋아하는 사람
+옛 부엌 형태에 관심이 많은 사람
+쪽마루에 앉아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Info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31-7(누하동 178번지)
홈페이지 www.cha.go.kr
곁들이는 산책길
이상범 가옥에서 걸어서 5분만 가면 통인시장이 있다. 시장 사무실에서 구입한 엽전을 내고 잡채부터 떡볶이까지 시장 골목 안에 있는 다양한 음식을 도시락에 담아 맛볼 수 있다. 인기가 많아 멀리서 일부러 발걸음하는 사람도 많다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시장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수성동계곡까지 천천히 올라가는 길을 추천한다.
①이상범 가옥
②통인시장
③수성동계곡
작가의 치열함이 생생하게 남은 권진규 아틀리에
작가의 치열함이 생생하게 남은 권진규 아틀리에
한국 근현대 조각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권진규
성북구 동소문로에 있는 권진규 아틀리에는 조각가 권진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곳이다. 테라코타와 건칠(乾漆) 작업을 통해 한국 근현대 조각사에 선명한 족적을 남긴 그는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배울 때부터 전람회에서 최고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한국적 미감의 원형을 찾아 석굴암을 비롯해 계속 문화유적 답사를 다녔다. 사람의 얼굴과 말, 닭 등 여러 생명체를 흙으로 만들어 가마에 구웠는데, 작품에 유약을 칠하지 않아 붉은 흙의 강렬하고 토속적인 기운이 강하게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삼국시대 토우에 뿌리를 둔 그의 방식을 통해 한국적 리얼리즘 조각의 세계를 정립했다고 평가된다. 대표작으로 ‘지원의 얼굴’, ‘손’ 등이 있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내셔널트러스트
사진 김재경
우물처럼 깊은 작품이 만들어지던 집
권진규 아틀리에는 권진규 작가가 1959년 일본에서 귀국한 후 1973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하던 곳이다. 시멘트 블록으로 벽을 쌓은 후 서까래와 시멘트 기와지붕을 얹은 단순한 구조. 큰 작품을 제작할 요량으로 천창을 높게 만들었다는 작업실은 작가가 직접 설계하고 지었는데, 그의 작품처럼 공간의 본질만 남긴 모습이 강렬하다. 흙 작업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아틀리에 한쪽에 우물을 파고 지하에 흙 저장소도 두어 공간 곳곳에서 강직한 힘이 느껴진다. 아틀리에 옆에 작은 방 하나를 만들어 생활하고, 평상시에는 작업 활동에만 매진했다. 성북동 동선동 자락에 비밀스럽게 감춰진 이 공간은 작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후 시간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권진규의 여동생 권경숙이 아틀리에와 유품을 기증해 2008년 문화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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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조각가
#지원의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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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탐방
에디터의 픽! 이런 분께 추천!
+테라코타와 건칠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한국의 ‘조각 미감’에 관해 흥미와 관심이 있는 사람
+작가의 생활 공간과 아틀리에를 좋아하는 사람
Info
주소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26마길 2-15(동선동3가 251-13)
전화 02-3675-3401
홈페이지 ntculture.or.kr
곁들이는 산책길
어느 방향에서 진입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권진규 아틀리에를 가려면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나와 작은 골목을 몇 차례 지나야 한다. 이곳에는 최근 크고 작은
카페와 빵집이 많이 들어서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좋다. 권진규 아틀리에를 보고 나서는 인근에 있는 보문동으로 넘어가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도심형 한옥을 구경해보자.
①성신여대거리
②권진규 아틀리에
③보문동 한옥골목
무리하지 않는 호젓한 우리 한옥, 최순우 옛집
무리하지 않는 호젓한 우리 한옥, 최순우 옛집
한국 문화와 미감을 사랑한 이의 집
혜곡 최순우는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이자 미술사학자다. 평생을 박물인으로, 한국 문화 전도사로 살며 한국의 미감과 정신, 철학과 기질을 수많은
전시와 프로젝트, 600여 편의 글로 남겼다. 그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이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화제가 되었다. 그는 한국의 미를 ‘무리하지 않는
아름다움, 호젓한 아름다움’이라 말했다. 최순우 옛집은 그가 모은 나무, 돌, 목가구 등으로 꾸민 고택으로 담백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이 일품이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내셔널트러스트
사진 김재경
최순우 옛집에 기대 서서
1930년대에 지은 한옥풍 가옥인 최순우 옛집은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바깥채 건물이 마주 보고 있는 트인 ㅁ자형 구조로, 이는 전형적인 경기 지방 한옥 양식이다. 이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정원이 펼쳐진다. 최순우가 직접 설계한 곳으로 계절마다 꽃의 리듬을 생각하며 식물을 식재해 모란과 수련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차례로 피고 진다. 사랑방 입구에는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이라 쓴 현판이 걸려 있다. ‘문을 닫으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라는 뜻. 이 집에는 후원도 있다. 새소리가 가득하고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장독대도 있어 차분히 계절을 느끼기 좋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최순우가 거주한 이곳에서는 생전에 그가 수집한 석조물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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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픽! 이런 분께 추천!
+한국의 미감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
+한국 전통 건축과 정원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사색과 명상을 좋아하는 사람
Info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15길 9
전화 02-3675-3401~2
홈페이지 www.choisunu.com
곁들이는 산책길
최순우 옛집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인 명륜동에는 대한민국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 국무총리를 지낸 장면이 서거할 때까지 약 30년을 살았던 장면 가옥이 있다.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건축·생활 요소가 많으니 꼭 가보자. 삼청동으로 건너가면 1930년대 최고 인기 작가였던 이태준 고택이 있는데, 지금은 수연산방이란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